채권의 이자와 가격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내려갈까?

정부나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정해진 날에 이자와 원금을 받기로 한 약속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그 약속이 채권입니다. 연 4% 이자를 주는 채권을 샀는데 계좌에는 손실이 표시되는 까닭도 여기 있습니다. 받을 돈은 같아도, 지금 다른 사람이 그 약속을 얼마에 사려 하는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년 뒤 104만 원을 받는 채권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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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과 채권

1년 뒤 104만 원을 받는 채권

가상의 채권 한 장을 생각해 봅시다. 돈을 빌린 정부나 회사가 오늘부터 정확히 1년 뒤에 100만 원을 갚고, 이자 4만 원도 같은 날 주기로 했습니다. 중간에는 돈을 받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약속을 전부 지킨다고 가정하고, 세금·수수료와 예정일 전에 갚는 중도상환도 제외합니다.

이때 갚기로 한 기준 금액 100만 원을 액면금액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약정 이자율인 표면금리 4%를 곱하면 이자 4만 원이 나옵니다. 그래서 만기, 즉 약속한 상환일에 받을 돈은 104만 원입니다. 이 예제는 이자가 정해진 채권입니다. 계약에 따라 이자가 바뀌는 변동금리 채권도 있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내가 이 채권을 갖고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채권의 이자 약속은 그대로입니다. 새 주인은 104만 원을 받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오늘 내게 98만 원을 주느냐, 102만 원을 주느냐에 따라 나중에 남는 이익은 달라집니다. 채권의 약정 이자율과 산 돈에 비해 얼마나 버는지를 따로 보는 이유입니다.

같은 104만 원을 얼마에 살까요?

사려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돈을 돌려받을 날짜와 못 받을 위험이 같은 다른 채권에서 연 6%를 벌 수 있다면, 이 채권에도 그 정도의 수익을 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수익률은 산 돈에 비해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뜻합니다. 100만 원을 내고 104만 원을 받으면 4%이므로, 6%를 얻으려면 더 싸게 사야 합니다.

1년 뒤 받는 104만 원이 오늘의 매입가격보다 6% 많은 금액이 되도록 거꾸로 계산합니다. 이 예제는 돈을 한 번만 받기 때문에 식도 짧습니다.

오늘의 가격 = 1년 뒤 받을 104만 원 ÷ (1 + 요구수익률)

표를 좌우로 밀어 보세요. 키보드에서는 표를 선택한 뒤 방향키를 누르세요.

같은 날짜, 같은 채권을 세 가지 시장수익률로 평가한 가상 계산
시장에서 요구하는 연 수익률오늘의 계산 가격1년 뒤 받을 금액
2%약 1,019,608원1,040,000원
4%1,000,000원1,040,000원
6%약 981,132원1,040,000원

6%를 원하는 경우는 104만 ÷ 1.06, 2%를 원하는 경우는 104만 ÷ 1.02입니다. 표의 가격만 원 단위로 반올림했습니다. 반올림 전 가격으로 104만 원 ÷ 매입 가격 − 1을 계산하면 각각 6%, 2%가 나옵니다. 세 줄 모두 표면금리는 4%이고, 받을 돈도 104만 원입니다. 바뀐 것은 그 돈을 받을 권리를 사는 가격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비슷한 채권에서 요구하는 수익률을 시장수익률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4%에서 6%로 즉시 올라가면 위 채권 가격은 100만 원에서 약 98만 1,132원으로, 약 1.89% 내려갑니다. 4%와 6%의 간격은 2%p, 즉 2퍼센트포인트입니다. 수익률이 2%p 올랐다고 채권 가격이 반드시 2%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표는 시간이 흐른 동안의 성과를 적은 것이 아닙니다. 같은 날짜의 같은 채권에 서로 다른 시장수익률을 적용한 세 가지 계산이며, 그 사이에 받은 이자는 없습니다.

이자를 여러 번 나눠 주는 채권이라면 각 돈을 언제 받는지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돈을 받는 날짜와 금액이 다르므로 같은 수익률 변화에도 가격이 움직이는 폭이 다릅니다. 그 반응 크기를 요약한 지표가 듀레이션입니다. 작은 수익률 변화의 영향을 가늠하는 데 쓰며, 큰 변화 때의 손익을 정확히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뉴스의 기준금리와 채권 수익률은 다릅니다

앞의 6%는 중앙은행이 발표한 숫자를 그대로 넣은 것이 아닙니다. 중앙은행은 한 나라의 통화와 금리 정책을 맡는 기관입니다. 이 기관이 정하는 단기 정책금리와, 채권을 살 사람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은 연결돼 있지만 같은 숫자는 아닙니다. 돈을 돌려받기까지 1년이 남았는지 5년·10년이 남았는지, 발행자가 갚을 수 있는지도 채권 수익률에 영향을 줍니다.

사람들은 발표 뒤에만 판단하는 것도 아닙니다. 금리 인하를 예상해 이미 높은 가격에 샀다면 실제 발표 후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하 폭이 예상보다 작거나,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 같거나, 돈을 빌린 쪽의 상환 능력이 나빠졌다고 판단하면 정책금리를 내린 날에도 일부 채권 가격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채는 회사가 발행한 채권이므로 그 회사가 돈을 갚을 수 있는지도 봐야 합니다. 금리 지도에서 한 나라의 숫자가 내려갔다는 사실만으로 그 나라의 채권을 담은 모든 상품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금리가 올랐다”는 말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뜻하는지, 특정 채권의 수익률을 뜻하는지부터 구분하면 뉴스를 읽기 쉬워집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괜찮을까요?

처음의 채권을 100만 원에 샀고 발행자가 계약대로 104만 원을 갚는다면, 만기 전 화면에 98만 원이 표시돼도 만기 수령액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전에 돈이 필요할 때입니다. 채권을 팔아야 한다면 그날 살 사람이 제시하는 가격으로 거래해야 합니다.

만기에 돌아오는 기준은 액면금액이지 내가 산 가격이 아닙니다. 같은 채권을 102만 원에 샀다면 만기 수령액은 여전히 104만 원이고, 이 사례의 1년 수익률은 104 ÷ 102 − 1, 약 1.96%입니다. “표면금리가 4%니까 내 투자금에도 4%를 번다”는 계산과는 다릅니다.

이 결과는 발행자가 약속대로 갚는다는 조건에 달려 있습니다. 만기까지 기다려도 발행자가 약속대로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 위험은 남습니다. 계약에 따른 조기상환, 물가 상승, 외화 채권의 환율 변화도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앞의 계산에서는 가격과 금리의 관계를 보려고 이런 조건을 제외했습니다.

채권 ETF도 만기까지 기다리면 될까요?

ETF는 여러 투자 대상을 한데 담아 운용하는 펀드의 지분을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상품입니다. 채권 ETF를 사면 펀드의 일부를 갖게 됩니다. 채권 한 장을 직접 사는 경우와 달리, 펀드 안의 어느 채권이 만기를 맞았다고 내 지분도 함께 상환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계속 운용형 채권 ETF는 만기가 다가온 채권을 내보내고 새 채권을 넣으며 운용을 이어갑니다. 투자자에게 정해진 날에 매입 원금을 돌려준다는 약속이 없습니다. 만기매칭형처럼 펀드를 끝낼 시기를 정한 상품도 있지만, 종료일이 정해졌다는 사실만으로 처음 낸 돈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그 차이는 개별 채권과 채권 ETF 비교에서 같은 금액의 가상 사례로 이어집니다.

국채는 정부가 발행한 채권입니다. 국채를 담은 펀드도 보유 채권의 시장가격이 떨어지면 가치가 줄 수 있습니다. 펀드가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나눠 주는 분배금을 받더라도, 남은 지분 가격이 그보다 더 크게 내리면 전체로는 손실입니다.

따라서 채권 ETF 이름 다음에는 그 안을 봐야 합니다. 정부 채권인지 회사 채권인지, 상환일까지 짧은 기간이 남았는지 긴 기간이 남았는지, 어느 통화로 지급하는지에 따라 같은 금리 뉴스의 영향이 달라집니다. 펀드 지분의 구조는 ETF 기초 글에서, 받은 현금과 남은 지분을 함께 세는 방법은 분배금과 총수익률 글에서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제의 가정

모든 금액과 금리는 계산을 위해 정한 가정이며 실제 발행 채권이나 현재 시장금리 자료가 아닙니다. 1년 뒤 한 번 받는 현금흐름을 같은 시점에서 비교하고, 약속한 전액 상환을 가정했습니다. 세금·수수료·중도상환·환율 영향은 제외했으며 표시 금액만 원 단위로 반올림했습니다. 편집·검증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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