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금리와 구매력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돈을 빌려 쓰면 그 대가인 이자를 내고, 은행에 맡기면 계약에 따른 이자를 받습니다. 처음 빌리거나 맡긴 돈이 원금이고, 그 돈에 대한 이자의 비율이 금리입니다. 지도에 5%인 나라와 10%인 나라가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숫자는 물가와 돈을 빌리고 쓰는 상황을 살피는 중앙은행이 정책에 쓰려고 정한 금리입니다. 개인에게 그 이율로 돈을 맡기라는 제안은 아닙니다. 높은 금리는 물건값이 빠르게 오르거나 그 나라 돈의 가치가 불안한 상황에 대응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왜 가격을 함께 볼까요? 아래 B의 예금은 1년 뒤 100을 110으로 만듭니다. 하지만 같은 물건의 가격이 100에서 112로 오르면 전보다 적게 살 수 있습니다.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을 구매력이라고 합니다. 계좌의 돈이 늘어나는 비율은 ‘명목 이율’, 같은 기간의 물건값 변화까지 반영한 결과는 ‘실질 수익률’이라고 부릅니다. 표의 물가상승률은 여러 물건과 서비스의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나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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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 | 예금의 명목 이율 | 같은 1년의 물가상승률 | 실질 수익률 |
|---|---|---|---|
| 경제 A의 예금 | 5% | 2% | 약 2.94% |
| 경제 B의 예금 | 10% | 12% | 약 -1.79% |
두 예금 모두 각 나라의 돈으로 계산하며, 약속한 1년이 끝나는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전부 받는다고 가정합니다. 세금과 비용은 없고 다른 나라 돈으로 바꾸지도 않습니다.
계산은 (1 + 명목 이율) ÷ (1 + 물가상승률) − 1입니다. A는 1.05 ÷ 1.02 − 1, B는 1.10 ÷ 1.12 − 1로 계산합니다.
B의 통장 잔액은 10% 늘지만, 지난해 100에 사던 물건 묶음을 사려면 이제 112가 필요합니다. 잔액 110으로는 같은 양을 살 수 없죠.
표는 각 나라 안에서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줍니다. 두 나라의 정책금리로 투자 수익을 계산한 표는 아닙니다. 나라 밖으로 돈을 옮기면 두 돈을 바꾸는 가격인 환율과 환전 비용도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여러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모아 나타낸 물가지수를 사용했습니다. 집마다 사는 물건이 다르므로 실제로 느끼는 가격 변화는 다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물가를 예상해 보면
현재 정책금리와 앞으로의 물가를 비교하는 계산
앞의 예금 표는 이미 지난 1년의 구매력을 계산했습니다. 현재의 정책금리가 앞으로의 물가에 비해 어느 수준인지 보려면 기대 물가상승률을 씁니다. 기대 물가상승률은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오를 것으로 보는지를 나타냅니다. 조사나 추정으로 구하므로 실제 결과와 다를 수 있습니다.
가상의 정책금리가 6%에서 5%로 내려가고, 향후 1년 기대 물가상승률은 5%에서 2%로 낮아졌다고 해보겠습니다. 둘을 빼는 근사 지표는 6 − 5 = 1%에서 5 − 2 = 3%로 높아집니다. 명목금리가 내린 폭보다 기대 물가가 낮아진 폭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의 단기 정책금리로 만든 지표입니다. 실제 1년 예금 수익이나 대출 부담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금리와 물가가 낮을 때는 뺄셈으로 근사할 수 있지만, 앞의 예금 표처럼 구매력 변화를 정확히 계산할 때는 비율식을 씁니다.
돈을 빌린 집에 부담이 닿는 때도 다릅니다
물가상승률이 같아도 중앙은행이 보고 있는 경제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 나라에서는 주문이 밀리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 임금과 서비스 가격이 함께 오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국내 소비와 투자는 부진한데, 수입 에너지 가격 때문에 물가가 오를 수 있고요. 첫 번째 경우에는 지출을 줄이는 정책이 물가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두 번째 경우에는 금리를 올려도 당장 원유 공급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공급 문제로 생긴 가격 상승도 오래 이어지면 다른 지출에 번질 수 있습니다. 기업이 원가를 판매가격에 반영하고 노동자가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은 이런 압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일자리와 소비는 어떤지,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기 쉬운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어떤 집은 약속한 몇 년 동안 같은 이율을 적용받습니다. 이것이 고정금리입니다. 다른 집은 계약에서 정한 날마다 이율을 다시 정하는 변동금리로 돈을 빌립니다. 두 번째 계약이 많으면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이율의 변화가 기존 대출에도 비교적 빨리 닿을 수 있습니다. 고정 기간이 긴 계약이 많으면 그 기간이 끝나거나 새로 대출할 때 부담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은행이 돈을 조달하는 비용과 고객에게 제시하는 조건도 다릅니다. 그래서 정책금리가 같은 폭으로 올라도 모든 대출의 금리에 같은 숫자를 더할 수는 없습니다.
대출 원금 1억 원이 1년 내내 그대로인 가상 사례에서, 실제 대출 이율이 연 4%에서 5%로 바뀌면 그 1년의 이자는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100만 원 늘어납니다. 같은 기간 4%가 보장된 고정금리 계약에서는 약정 이자가 그대로입니다. 이 계산은 대출 계약의 실제 이율이 바뀌었다는 가정이며,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모든 대출에 그 인상 폭을 더한 계산은 아닙니다.
이전 인상이 아직 대출에 다 반영되지 않았다면, 중앙은행은 앞으로 늘어날 이자 부담도 고려해야 합니다. 당장의 물가 수치가 같더라도 이미 결정한 정책이 얼마나 전달됐는지에 따라 다음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 경기가 약해도 바깥 상황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수입품이나 외화 부채가 많으면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질 때 부담이 커집니다. 수입대금으로 1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가상 업체를 예로 들면, 환율이 1달러에 1,200원일 때는 1,200만 원이 필요하지만 1,320원일 때는 1,320만 원이 필요합니다. 물건의 달러 가격은 그대로인데 원화 지출이 120만 원 늘었습니다.
이 계산은 환헤지를 하지 않고 지급할 달러도 미리 확보하지 않았을 때의 결과입니다. 환헤지는 미리 환율을 정하는 계약 등을 통해 환율 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기업이 이런 비용을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수입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반영되는 비율과 속도는 계약, 경쟁, 기업의 이익 여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환율이 10% 움직였다고 소비자물가도 곧바로 10%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외화 부채도 외화 수입으로 갚을 수 있는 기업과 자국 통화 수입만 있는 기업의 부담이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면 국내 차입 부담을 덜어 줄 수 있지만, 다른 나라와의 금리 차이나 통화 수요도 달라집니다. 금리를 높여 통화 가치를 뒷받침하려 해도 경기와 채무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해외 자금의 이동을 허용하는 정도나 환율을 관리하는 방식에 따라 중앙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도 달라집니다.
높은 이자를 준다고 그 나라 돈을 사려는 사람이 반드시 많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값이나 금융회사의 지급 능력이 불안해서 금리가 높을 수도 있습니다. 이자를 받더라도 처음 맡긴 돈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 투자를 꺼릴 수 있습니다. 외국 돈으로 이자를 받은 뒤 다시 내 돈으로 바꾸는 과정은 금리와 환율 글에서 계산했습니다.
유로존에서는 경제 사정이 달라도 정책금리를 공유합니다
독일과 프랑스를 비교하면 같은 대표금리가 나옵니다. 두 나라가 똑같은 경제여서가 아니라 유로라는 돈을 함께 쓰는 유로존의 공동 정책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 정책을 정하는 유럽중앙은행이 ECB입니다. ECB와 유로존의 각국 중앙은행을 합쳐 유로시스템이라고 합니다. ECB는 통화권 전체를 보고 금리를 정하므로 독일과 프랑스가 자국 사정만으로 별도의 ECB 금리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정책금리를 공유해도 가계의 장바구니와 은행의 대출 계약까지 같아지지는 않습니다. 에너지 소비, 주택시장, 세금과 대출 구조가 다르면 같은 정책 아래서도 물가와 이자 부담에 차이가 생깁니다. 앞에서 본 것처럼 물가가 다르면 같은 명목 정책금리에 대응하는 실질금리 지표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두 나라의 차이가 0%p라는 표시는 공동 정책을 보여줄 뿐, 두 경제가 같은 상태라는 뜻은 아닙니다.
유로를 쓴다고 모두 유로존 회원국인 것은 아닙니다. 몬테네그로는 유로를 사용하지만 유로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사이트에서도 유로존 회원국처럼 ECB 금리를 비교값으로 배정하지 않습니다. 유로존 포함 기준에서 구분을 설명합니다.
싱가포르처럼 정책 수단부터 다른 곳도 있습니다. BIS의 국가별 통화정책 체계 자료에 따르면 여러 교역 상대국 통화를 반영한 싱가포르달러 환율을 중심으로 물가 안정을 도모합니다. 미국 달러와의 환율 하나를 고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사이트에서 ‘금리 외 정책수단 운용’으로 표시하는 것도 이런 차이 때문입니다. 은행의 예금·대출에 이자가 없다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지도에서 눈에 띈 나라를 더 읽어 보려면
높은 금리가 눈에 띄었다면 국가 검색에서 금리 이름과 날짜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중앙은행이 정책 목표로 정한 금리인지, 특정 만기의 운영금리인지에 따라 비교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중앙은행 원문을 보완하는 공개 자료에는 금리의 세부 종류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숫자만 나란히 놓고 어느 나라가 소비와 투자를 더 강하게 억제하는지 순위를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금리 수준의 배경은 해당 회의의 공식 결정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숫자가 동결됐더라도 물가 전망이나 경기 판단은 지난 회의와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이전 결정문과 나란히 놓으면 금리는 그대로인데 설명에서 달라진 부분을 찾기 쉽습니다.
홈에 표시된 중간값은 세계경제를 대표하는 금리가 아닙니다. 최근 확인된 숫자형 국가·지역 항목을 같은 비중으로 집계하고 지연·참고값은 제외합니다. 경제 규모를 반영하지 않으며 같은 정책금리를 공유하는 유로존 회원국도 각각 셉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의 금리가 이 중간값보다 높다는 사실만으로 그 나라의 정책이 더 적절하다거나 예금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나라의 이전 결정과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다른 나라보다 높은 10%라는 수준과, 그 나라가 12%에서 10%로 내렸다는 변화는 서로 다른 정보를 줍니다. 전자는 국가 간 차이이고 후자는 정책의 방향입니다. 가상의 이 숫자를 실제 자료에 대입할 때에는 금리 종류를 유지하고 결정일·적용일·관측일 중 무엇을 비교하는지도 맞춰야 합니다. 국가별 금리를 비교하는 법에서 사이트 화면의 날짜와 지표를 읽는 순서를 볼 수 있습니다.
자료와 계산 조건
예금·대출·수입대금은 각 문단의 조건으로 직접 계산한 가상 사례입니다. 현재 상품 조건이나 정책 전망이 아닙니다. 편집 기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책체계는 위 BIS 자료로 확인했습니다. 이 한국어 설명은 BIS의 공식 번역이 아니며, BIS는 그 정확성과 완전성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원문은 위에 표시한 BIS 웹사이트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